라태임 시인의 신인상 詩作
아래의 詩는 Best Study가 있기까지 산파역과 리더 역활을 자임하면서 모든 열정을 쏟아
오늘의 베스트를 일궈낸, 1기 졸업생 윤수홍 現 문화교양학과 서울동문회장의 內者이신 라태임님이
지난 가을, 불교문예 2012년 하반기 詩 부문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한 작품입니다.
베스트스터디 카페는 학우들만의 공간이 아닌 그 가족들의 기쁨도 같이할 수 있는 곳이기에
본인의 쑥스럼을 대신함에 혜량하시면서 다같이 축하해 주셨으면 합니다.
작품은 불교문예지 2012년도 가을호에 수록되어 있으며 “윤사월” 이외 “그 여자” “만종晩鐘” “풍경” “실직” 등
5편의 작품이 작가의 일상을 자연과 생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윤사월
라태임
산제와 제사가 끝난 후 인부들은 분주하게 삽과 곡괭이질을 시작했다.
고요한 산속에 후끈한 열기가 빠르게 번진다.
묘를 빙 둘러 삽질을 하자 뚜껑이 열리듯 봉분이 무너져 내렸다.
빛바랜 홍장을 걷어내니 단단한 집 속에서 기다림의 자세를 흐트러지지 않은 아버지가 있다.
외로운 공간에서 23년, 아버지는 꼼짝 않고 거기에 그대로 계셨다.
무뚝뚝하고 화 잘 내고 매질만 하는 아버지가 아들은 무섭고 싫었다.
한달이면 25일을 싸움 걸었던 아버지를 피해 다녔다.
아버지와 기 싸움으로 엇나갔던 외아들도 이제 힘 빠진 초로가 되었다.
고집스레 젖은 아버지의 긴 머리채를 보며 아들은 절박하게 용서를 청했다.
아버지, 돌아가서까지 나무라시니 오싹하고 너무 무서워요, 기난긴 노여움을 풀고 편히 쉬세요.
화장을 마친 아버지를 가슴에 안았다.
안타깝고 따뜻했다.
그늘 좋은 느티나무 밑에 순하고 고운 아버지를 묻었다.
처음 아버지가 웃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는 활짝 핀 꽃길을 걸어간다.
아들의 등을 서늘히 쓰다듬고서......
느티나무 이파리 사이로 청명한 하늘이 소리없이 나풀댄다.
나태임 작가의 詩는 지난 6월(윤4월), 23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시아버님을 다시한번 뵙고 영혼을 위로한 뒤,
화장하여 느티나무 밑에 모신 뒤의 감회를 사실 그대로 詩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문태준 시인을 비롯한 여러 심사위원들은 “라태임님이 그리는 세계는 장년(長年)의 그것인 경우여서
독특하고 오히려 신선했다. 그리고 특히 나태임님의 시편들에서 우리가 주목한 것은 시행이 진행되면서
문득 밀치며 들어서는 충돌과 탈주의 감각이었다. 시적 주체들과 벌어지는 현상이 개연은 없지만,
불확실하면서도 오히려 그럴듯하게 관련시키는 시법(詩法)은 라태임만의 특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였습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의 관점에서 없다고 본 ‘현상의 개연성’은 지난 6월, 작가와 그의 부군 윤수홍님이,
후손들에게 유교적인 풍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 배려! 그리고 사랑의 실천이였음을 밝힙니다.
서병태 Best 1기 서병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