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비
아래의 글은 모 잡지 문화부문 새로운 영화를 소개하는 란에 2012년초에 기고된 글이다.
이러한 형태의 글은 영화제작사나 배급사에 전화하여 잡지에 소개한다고 하면
시놉시스를 비롯하여 시사회 관람권과 많은 자료들을 글쓴이에게 보내준다.
그 중에서 택일하여 원고를 작성하는데 글쓴이의 시각으로 본 영화적인 평보다, 좋은게 좋다고
영화사의 입장을 많이 반영하여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글도 철저하게 영화사 입장에서 쓴 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약간은 부끄럽다.
CULTURE | MOVIE | 이 달의 영화
커피와 時代의 만남 - 色다른 웰메이드 사극 <가비>
1896년 2월 추운 겨울 날, 폭 2m도 안 되는 좁은 길을 통해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황급히 피신을 하게 된다.
역사는 이 사건을 ‘아관파천’이라 부르고, 고종은 이 시기에 커피를 처음으로 마신 것으로 기록된다.
영화 <가비>는 아관파천 시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커피와 고종을 둘러싼 음모와 비밀을 그린다.
<조선 명탐정>의 원작자 김탁환 작가의 『노서아 가비』 원작, <접속><텔미썸딩><황진이>의
장윤현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는 야심작,
고종시대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라는 신선한 소재로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모아온
영화 <가비>.
조선의 마지막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궁궐이 등장하지 않고,
왕이 등장하면서도 붉은색의 곤룡포를 입지 않으며,
이국적인 러시아 공사관을 배경으로 클래식한 슈트와 드레스,
다양한 커피 도구들이 등장하여 동서양이 공존하는 색다른 사극.
지난해 흥행작 <조선 명탐정><최종병기 활>에 이어 2012년 첫 번째 웰메이드 사극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가비>가 기대되는 첫 번째 이유는 ‘새로움’이다.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던 시기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애호가로 알려진 고종.
쓰고도 달콤한 한잔의 커피에서 씁쓸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위로했을 조선의 마지막 군주,
그의 곁에서 매일 커피를 내리던 바리스타가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가 <가비>이다.
<가비>는 ‘검고 쓴맛이 강해서 독을 타는데 이용되기도 한다’는 커피를 소재로 고종 독살 음모설에
허구의 드라마를 덧입혔다.
‘고종 황제’(박희순)라는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김소연)와
그녀를 목숨보다 사랑한 이중스파이 ‘일리치’(주진모),
그리고 조국을 버린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라는 인물을 창조해 낸 강렬한 스토리 <가비>.
오랜만에 <가비>로 돌아온 장윤현 감독은, 고종암살사건에 인물들의 갈등과 멜로를 가미시켜
한편의 웰메이드 팩션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가비>에는 실력파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완벽한 연기호흡과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영화 <체인지> 이후 15년 만에 첫 스크린 성인연기에 도전하는 김소연은
비밀스런 분위기의 바리스타 ‘따냐’ 역으로,
러시아 최고의 저격수이자 이중스파이 ‘일리치’로 열연한 주진모는
<무적자>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또한 고종암살작전의 대상이 되는 ‘고종’’ 역을 맡은 박희순,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로 변신한 유선까지,
영화 <가비> 속에는 적역 캐스팅으로 조화를 이룬 4인 4색의 강렬한 캐릭터들이 모였다.
특유의 아름다운 바디라인이 돋보이는 모던한 드레스와
전통적인 궁녀 복으로 치명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김소연,
거친 보헤미안 기질을 드러내며 화려한 액션 연기와 선 굵은 감성연기를 함께 선보이는
주진모의 이미지 또한 새롭다.
위태로워 보이는 고종 역을 완벽히 소화해 내며 외유내강의 고종 황제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해 낸 박희순과
기모노 입은 모습을 선보이며 생애 최초 악역 연기에 도전하는 유선.
<가비>가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배우들의 끝나지 않은 ‘도전’이다.
<접속><텔미썸딩>을 통해 자신 만의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 장윤현 감독은
커피에서 만큼은 고증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다양한 커피 문화를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여기에 그의 전작들에서 펼쳐 보인 세련된 감수성과 모던한 연출력을 사극에서도 여실 없이 보여주며
고유의 맛이 있는 <가비>를 완성해 냈다.
새봄과 함께 진한 커피향을 즐기고 싶은 연인들은 스크린 앞에서 김소연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무너져가는 조선왕조 황실의 아픔을 한번쯤 되새겨 봐도 나쁘지 않을 듯...
개봉 2012년 03월 15일
감독 장윤현 출연 주진모, 김소연, 박희순, 유선 상영시간 115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에디터 _서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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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로산방에서 서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