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에세이

결혼식이 한 사람 때문에...

sunking 2013. 11. 24. 11:41

결혼식이 이렇게 진행되어야 하나?

 

어제는 가까운 지인의 자녀 결혼식이 있었다.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했고 해외에도 같이 다니며 봉사활동도 같이 하는 분이라 평소 글쓴이가

존경하는 분 중에 한 분이다. 지성과 품격을 고루 갖췄고 사업도 크게 하신다.

호텔 결혼식이라 사회자의 진행이나 주례사를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할 판.

마침 글쓴이가 오는 12월말에 주례를 서야 하는 관계로 어떤 말을 하나 하고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이곳의 음향시스템이 잘못된 것인지. 사회자의 목소리가 그런 것인지. 목소리 톤이 너무 높고 날카로워

듣기가 심히 불편하다. 주례 선생님 말씀은 듣기 좋았으니 사회자의 목소리가 안 좋았다는 것은 나중에 안 일..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똑같은 상황의 연속이었다.

 

사회자가 개그맨이라면서 본인 소개를 하는데 TV에서 많이 본 얼굴이다.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아침에 나가는 무슨 무슨 프로그램이라면서 장황하게 홍보부터 늘어놓는다.

자기는 신랑과 함께 방송국의 선 후배, 사이로... 신랑은 PD이고, 무슨 무슨 프로그램을 같이 했으며...

오늘 신부되는 분과 자기 부인이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하고 있다는 등등...

안해도 되는 얘기를 하면서 한 5분정도 걸렸다.

아무리 자기 PR시대라고 하지만 남의 결혼식에서 이건 아니지 싶다.

 

글쓴이는 그동안 개그맨에 대해서 다소 가볍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공부들도 많이하고 인성과 품성을 갖춘 친구들이 많이 나와 프로그램의 질과 격이 높아져,

젊은이들로 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를 공감하고 있던 참이었고

멋진 친구들이라고 보고 있었는데....

오늘 사회자의 언행과 소양을 보니, 내 생각이 틀렸나? 하고 의구심이 들었다.

최근들어 품위가 격상된 여러 후배들도 한통속으로 묶여질까봐 심히 염려된다.

  

아무리 신랑이 후배라도 그렇지, 신성하고 경건해야 할 결혼식장에서 호칭을

“야! 너~ 그렇게 하면 안되! 신랑입장을 그렇게 빨리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천천히 들어와”라는 등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어휘를 사용한다. 여기가 개그 무대 녹화장인줄 아는가 보다.

 

주례사가 끝난 다음, 주례 선생님에게 하는 말은 더 가관이다.

"사회자인 제가 신랑 신부에게 당부드릴 말이 한 10분 정도 걸리니 자리에 앉아계시라"는 등,

주객이 전도되도 유분수지...

 

그러면서 자기가 인생 선배로서 자기가 살아오면서 부부간에 느꼈던 것을

세가지를 말씀드리테니 꼭 지켜달라고 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신부에게 묻습니다. 두 사람이 살면서 몇 번 부부싸움을 할 것 같습니까? 100에서 신부가 말하는 숫자를 빼고

얼차려를 시킬테니. 잘 생각하고 대답하세요~” 하면서 신부가 말한 숫자를 게산하더니

얼차려 기합을 주고, 얼마나 건강한지 테스트 해봤다고 느스레를 뜬다.

또 자기 경험상 “술먹고 귀가 시간이 늦으면 부인 앞에 가서 애교를 부려야 말썽이 안생기니 여기에서 애교부리는

연습을 해야 된다”면서, 신랑에게 애교부리는 모습을 보이라고 한다.

신랑이 약간 쑥스러운지 간단한 포즈만 취하자, 신부가 마음에 안 들 것이라며 지루하게 반복동작을 강요한다.

 

요즈음 결혼식 풍속이 이렇게 바꼈는지... 아님 이 친구가 어쭙잖게 자기 생각되로 진행하는 것인지...

참으로 민망스럽다. 혼주들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결혼식장의 하객으로 오신 분들은 양가 부모님들의 가족들을 포함하여 학연과 지연,

사업관계로 만난 분들이 약 90%정도일 것이다. 지인의 생활 범주로 볼 때, 모두들 사회 저명인사 분들.

신랑, 신부 친구들이라고 해봐야 고작 10% 내외,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경박스럽게 젊은이들 위주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는지 실로 유감스럽다.

  

결혼식이란 서로가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새로운 가정을 갖게되므로서 친지들로부터 축복도 받고,

양가간에도 한가족으로 연을 맺는 성스러운 날이다.

이렇게 기쁘고 축복받는 날에 사회자 한사람이 방송인 운운하면서 허접한 행동과 언행으로

여러 하객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야 되겠는가!

 

양가가 그동안 쌓아온 품격이, 이런 일로 격하되지는 않겠지만,

결혼식 내내 마음도 불편하고 언잖아 몇 자 적어둔다.

  

2013년 11월 24일 아침. 죽로산방에서 서PD